성소로 가는 길 · 스토커 · 타르코프스키 · 1979

남자가 물속을 천천히 걸어가는 장면에서 영화는 가장 조용해져요. 발밑에 잠긴 폐허, 수면 위로 번지는 빛, 모든 소리가 지워진 듯한 정적이 스크린을 가득 채워요. 타르코프스키는 움직임마저 기도처럼 만들어요.

「스토커」는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진다는 구역, '존'으로 향하는 세 남자의 여정이에요. 스토커, 작가, 교수는 각자 다른 욕망을 품고 황량한 폐허를 건너가요. 그런데 막상 소원이 이루어지는 방 앞에 서자 아무도 들어가지 못해요. 타르코프스키가 묻는 건 목적지가 아니에요. 갈망하는 행위 자체, 그리고 그 갈망 앞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민낯이에요. 영화는 답을 주지 않고 질문만 남겨요.

이 영화에서 눈여겨볼 것은 긴 롱테이크와 극도로 느린 이동이에요. 카메라는 서두르지 않고 공간이 스스로 말하게 해요. 존을 통과하는 시간은 현실의 속도와 달라서, 관객도 함께 멈춰 서게 만들어요. 속도가 사라진 자리에서 비로소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떠오르기 시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