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핀느가 숲길을 혼자 걸어요. 낡은 나무 문 앞에 멈춰 서자,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흔들려요. 말 없는 그 순간이 그녀의 외로움을 그대로 보여줘요.
에릭 로메르 감독의 이 영화는 이별 후 홀로 여름휴가를 보내야 하는 델핀느의 이야기예요. 셰르부르에서 알프스, 비아리츠까지 옮겨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지만, 진짜 연결을 찾지 못해 계속 외로워해요. 쥘 베른의 소설에 나오는 '녹색 광선'이라는 희귀한 노을 현상을 알게 되는데, 이걸 보는 순간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정확히 읽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어요. 영화 끝에서 델핀느는 실제로 그 빛을 보게 되고, 처음으로 누군가와 마음이 통해요.
이 영화에서 녹색 광선은 실제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이에요. 해가 수평선 아래로 완전히 사라지는 찰나, 아주 드물게 초록빛이 스쳐요. 몇 초도 안 되는 그 순간을 보기 위해 델핀느는 여름 내내 헤매요. 아주 짧은 순간이 한 계절의 방황보다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어요.